4월 말 박사학위 논문 예비 수비가 끝났다.
이례적으로 1차 방어 시기가 매우 늦어 비대면 blog.naver.com 중국 박사는 보통 논문 프로포절, 1차 심사, 2차 외부심사가 끝나면 비로소 3차 최종 심사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사실 2차 외부심사까지 통과하면 졸업은 거의 할 수 있다고 보면 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박사학위의 종심 과정을 적어보려고 한다.
지도교수님은 제가 논문을 쓸 때마다 질문을 하기보다는 제 생각대로 연구를 먼저 하고 초고를 읽어달라고 말씀하셨다(대신 참고하면 좋은 추천 논문과 서적은 미리 논문 프로포절 발표 전에 읽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그것이 제 논문을 이끌어가는 핵심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지도교수님께서 논문의 큰 틀을 짜주신 게 틀림없다)
나는 6개월간의 순수한 컴퓨터 타자기로 박사 논문 초고가 완성되었다.
(기간:2019년07월-12월 / 시간:식사, 이동, 강의 시간을 제외한 하루 중 깨어 있는 시간은 논문만 작성하고 보통 매일 아침 샤워할 때 그날 써야 할 내용과 분량을 정한다.
) 그래서 나는 샤워를 하는 것이 논문을 쓰기 위한 1가지의식적, 즉 매일 아침 샤워를 할 때 잠에서 깨어 있는 시간은 논문만 작성하고 보통 매일 아침 샤워할 때 그날짜리는 대략적으로 1년 정도 읽어야 할 내용과 분량 발표한다.
처음부터 각 단계마다 지도교수님이 주신 의견을, 그것이 음성이든 텍스트든 모두 오리지널의 언어로 텍스트화시켜, 다이어리에 정리했다.
그리고 고쳐 나갈 때마다 눈에 띄도록 체크해 두었다.
설령 그 당시에는 이해가 간다 해도 방심하면 다 놓치기 십상이라 더 중요한 것은 떠오르지 않는다.
하아!
특히 1차 심사를 하고 다른 교수의 의견까지 반영할 때는 지도교수와 먼저 상의해 건설적인 피드백과 트집을 구별하고 그 다음 수정해야 할 부분은 우선순위를 두고 페이지를 기록해 두었다.
(참고로 내가 바쁘면 중국어가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한국어로 썼다)
막상 해보니 기한이 종종 바뀌는 경우가 많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체크해 두는 게 편했다.
그렇게 해서 최종 심사를 위한 박사 논문이 완성됐다.
올해는 최종심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사전에 회의를 통해 각종 서류 작성과 온라인 디펜스 방법을 공지했다.
사실 이 작업이 워낙 중요했기 때문에 회의 때 중요한 부분은 바로 그 자리에서 역시 내 말로 다 받아쓰고 체크했다.
그리고 가끔 최종 심사 때 쓰는 PPT와 대본을 만들었다.
(학교 규정상 10분짜리 내용) 사실 논문의 중요한 내용을 반복 기술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시간을 할애한 것은 아니다.
다만 1차 심사를 통해 교수들이 알고 싶어 했던 부분을 확대한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 학교의 박사논문 최종심사는 심사 참여자가 먼저 10분간 PPT를 통해 논문을 발표하고 교수들의 질의응답 시간까지 포함해 반드시 1시간 이상 해야 하는 규정이 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심사지만 1시간이 넘는 수비라인은 매우 까다로운 관문이었다.
올해 우리의 전공은 중국인 형 1명과 나 2명이 심사에 참여하느라 3시간가량 걸렸다.
긴장해서 횡설수설하고, 몰라서 횡설수설하고, 자신 있고, 씩씩하게 대답하고, 그렇게 한 시간을 보냈다.
핫
그렇게 참석한 교수 5명 전원이 만장일치의 찬성표로 박사학위 최종 심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리고 2~3일간 진행한 각종 서류 작성
마지막으로 아주 중요했던 논문 표절률 검사!
나는 초고를 완성해서 한 번, 한 번 심사를 끝내고 한 번 표절률 검사를 했다.
초고를 완성하고 검사한 표절률을 기준으로 불필요한 부분은 모두 삭제하고 수정했다.
지도교수는 외국인이니까 상황에 따라 20%까지 가능하다고 했지만 단지 중국인의 기준과 맞추고 싶었을 뿐, 또 맞출 수 있을 것 같아 거의 1만3천자를 잘라 고쳤다.
(쿨한 척했지만 살해당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중국인 졸업 기준 10%에 아슬아슬해 기적적으로 맞춘 9.8%!
사실 절대 고칠 수 없는 코퍼스 중국 헌법의 내용이 3.5%나 차지하고 있어 내가 맞출 수 있는 표절률은 최선을 다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힘든 박사학위 과정 4년 가운데 정점을 달렸던 1년 6개월간의 박사학위를 위한 논문 작업이 모두 끝났다.
뼈를 깎는 중국어 공부, 나의 모든 정력을 쏟아 부은 생각, 계획, 실행, 연구, 그리고 혼이 나간 수십 번의 수정, 그리하여 내 인생에 다시는 없을 12만 6천 자가 만들어졌다.
나의 논문에 대한 수많은 교수들의 평가중, 지도교원이 집필한 마지막 평가에 눈물이 났다.
아직 학계에 태어나지 않은 나의 주제는 혹평을 받았지만, 그래도 같은 주제로 연구하는 교수님만을 항상 믿고 따랐다.
교수님께서도 나를 믿고 포기하지 말라고 격려해주시고 이끌어주셨다.
논문을 완성했을 때 지도교수의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면 자신들이 연구결과에 당당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했다.
나의 박사 논문이 나의 기초 이론과 전문적인 지식을 보여 주고 있으며, 하나의 독립적인 연구자로서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지도교수의 평가를 받는 순간, 그동안 마음고생했던 얼음장 같은 내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리고 1년 내내 고민했던 3편의 한국 등재지 논문까지 나는 처음으로 독립된 연구자로서 새롭게 출발할 수 있었다.
중국 연구에서 신참 같은 내가 사실 그렇다고 할 비범한 능력이 있는 건 아니다.
지금도 내 귓가에 중국어가 들리면 그게 정말 떨리지가 않는다.
그 설렘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평범한 연구자로서 연구실과 강의실에서 스스로 당당하면 내일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인생이라는 자격증을 증명하려고 한다.
- 309동 1201호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임>에서